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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영 변호사] 자녀 성·본 변경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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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와 이혼이나 사별을 하게 되면 가족 구성원들도 다양한 변화를 겪습니다.

부모의 재혼으로 자녀의 성씨를 변경하기도 하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기 위해 변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녀의 성과 본 변경, 어떨 때 가능한지, 또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이번 칼럼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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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성‧본 변경 사유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성과 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은 영어에서는 Family name이라고 하듯이 가문의 이름이고, 본은 본관, 시조의 발상지나 기원지를 뜻합니다. 우리 민법은 자식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명시적으로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혼인신고를 할 때 부부가 협의하거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를 때에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워낙 젊은 나이에 이혼을 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면 아이들이 혹시 받을 상처를 우려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학기를 시작하는 이맘때 변호사 사무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상담 중 하나가 바로 자녀의 성‧본 변경입니다.


변경 절차

어떤 분들은 출생신고를 해본 기억 때문에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이 매우 간단한 절차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행정절차가 아닙니다. 우리 민법은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법원의 허가라는 건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 재판절차와 유사하지요. 판사님께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을 허가해달라고 그 이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면, 판사님께서 판단한 뒤 허가 결정문을 써주시는 과정이 동반됩니다.

이런 청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년이 된 자녀는 스스로 하거나, 아버지나 어머니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인 자녀의 경우에는 부 또는 모가 해야 하지만 사정상 청구할 수 없을 때에는 가까운 친척이나 검사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변경허가 기준

법원에서 모두 허가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허가가 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제가 상담하다 보면 친권자가 자녀의 성을 바꾸겠다는데 법원이 그걸 왜 허가 안 해주냐고 화 내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우리 민법은 자녀의 성과 본을 바꾸려면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자의 복리, 즉 자녀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지금 이 시점에 성과 본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를 봅니다. 바꿔 말하면 부모의 편의나 감정, 복수심, 혐오감 해소 등을 위한 성과 본 변경은 허가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자녀의 나이, 의사, 가족 안에서의 정체성, 가족 구성원의 상황, 변경 반대 부모의 존재 여부와 해당 부모와 자녀의 관계 등을 아주 종합적으로 깊게 살펴봅니다.


이혼한 전 남편 반대, 자녀 성씨 변경 가능할까?

실제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여성이, 아들이 만 3살일 때 남편과 이혼을 하고, 자신이 홀로 양육하다가 4년 뒤 다른 남성과 재혼을 합니다. 아들의 성과 본을 재혼 남성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려고 법원에 신청을 했는데, 전 남편이 반대하는 상황이 있었는데요. 우리 법원은 변경 신청을 받아주었습니다.

그 이유는요,

① 재혼 남성과의 사이에 생긴 태아가 곧 태어나면 한 집안에 다른 성씨의 자녀들이 형제로 지낼 상황이 곧 생겨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② 재혼 남성이 해당 아이를 적극적으로 양육하고, 입양을 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고 있다,

③ 재혼 남성과 신청자 어머니의 재혼 관계가 평탄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어 또다시 이혼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친 아버지가 반대하더라도 자녀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서는 성과 본을 재혼 남편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고 본 것입니다.

어머니의 성으로 변경 시 유의점

호주제가 폐지된 2005년부터 어머니의 성씨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게 민법이 개정됐습니다. 관련한 문의도 많은 편인데요.

한 어머니가 남편과 이혼한 뒤 1년 정도 지나, 만 2세가 된 자녀의 성과 본을 자신 즉 어머니의 성과 본과 똑같도록 변경해달라고 허가를 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 우리 법원은 허가를 받아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요,

① 자녀가 너무 어려 성과 본을 변경하는 데에 있어 자녀의 의사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② 이혼한 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고 어머니도 매우 젊기 때문에, 나중에 재혼을 하게 되면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성씨가 또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데, 자녀의 성과 본을 여러 번 바꾸는 것은 자녀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된다.

③ 지금 자녀가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 어머니는 전 남편의 흔적을 지우려고 변경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겁니다.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하려고 고민하시는 분들,

위 사례들을 참고하셔서 무엇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잘 판단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라겠습니다.

법률칼럼
  • 본문내용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공천(공직선거후보자추천)과 관련하여 파열음이 들립니다.



    국민의 힘 청송군수 경선 여론조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는가하면, 사퇴한 예비후보가 여론조사에 포함되고, 한 예비후보의 전력을 엉터리로 호명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후보 추천이 아닌 당선자 결정을 판가름하는 공천은 비민주적·반헌법적성격을 가질 수 있기에 선거에 준하는 엄격한 절차적 정당성을 가져야하는데요, 그렇다면 헌법이 바라보는 공천의 이념과 반복되는 비민주적 공천의 제재에 대하여 함께 살펴봅니다.


    1. 대구 경북지역의 공천 논란

    국민의힘 청송군수 경선 여론조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기관 모 업체에 윤경희·윤종도·전해진 예비후보 간 경선 여론조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첫날인 지난 1일, 며칠 전 사퇴한 이경기 예비후보가 여론조사 명단에 포함돼 4명의 후보가 조사대상이 됐습니다.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윤종도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경북도당에 조사 중지와 함께 후보자 조정 뒤 재실시를 요청했습니다. 몇 시간 뒤 다시 여론조사 진행에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후보 중 한 명인 윤종도 예비후보를 ‘전 경북도의회의원’이 아닌 ‘전 충북도의회의원’이라고 호명한 것이었습니다.

    민주당 대구시당도 여성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는 반면 아무런 이유 없이 현역의원의 경선을 제재하여 '현역 기초의원을 컷오프할 때 시당 마음대로 한다'는 항의가 빗발쳤고, 민주당 대구시당의 정상화를 바라는 권리당원 이라는 모임이 생길만큼 논란이 되었습니다. 또한 당선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기초의회 비례의원 관련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의 공천 신청을 이중으로 한 사례를 시당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되었습니다.

    2. 당선을 좌우하는 공천, 선거보다 중요시되면 발생하는 문제점

    민주주의의 요체는 시민들이 자기 손으로 국민주권·자치권을 위임할 사람을 투표하는 것이지만, 공천이 선거를 대체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더욱이 선거에 준하는 엄격한 절차적 정당성을 가져야합니다.

     

    헌법 제8조 제2항 '정당은 그 목적,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당법 제31조 공직선거후보자의 추천에 관하여 '정당의 공직선거후보자의 추천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은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공천 절차가 비민주적인 정당은 반헌법단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3. 공천 과정에 문제 있는 후보자의 제재와 소송 가능성은?

    먼저 중앙당에 이의를 제기하여 당 내부에서 문제제기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방의 시·도당이 중앙당이 정한 방침을 무시하거나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사례들은 이 절차를 통해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만, 당규 자체가 애매하거나, 당규와 개별 선거 지침, 이를 들면 비대위가 결의한 선거지침 등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해결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민주당 대구시의회 후보 추천 관련하여, 민주당 당규에 '후보자 추천을 위해 공개오디션 등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중앙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 후보자추천 심사기준 및 방법'을 각 시·도당에 배포했습니다. 내용에는 '광역자치의회 후보자 공천의 경우에는 공개오디션을 해야 하고, 기초는 권고한다'는 부분이 있었으나 당규와 지침이 다르게 해석되어 민주당 대구시당이 대구 광역의회 공개오디션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정에서 소송전이 시작되는데, 이른바 공천효력정지가처분 사건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형성은 대체적으로 정당을 통해 달성되는데, 각종 선거에 임하는 정당들의 공천은 공직선거라고 하는 국가적인 기능수행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할 공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정당의 공천이 헌법과 정당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위배되거나 그 절차가 현저하게 불공정하거나 정당 스스로가 정한 내부 규정에 위배되는 경우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현저하게 불공정’, 이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법원은 정당의 자율성 또한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 여기기에 공천 결과를 뒤집기가 조심스럽고, 실제로 공천 결과가 법원에서 뒤집히는 비율은 낮은 편에 속합니다.

    공천소송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한나라당이 양산시장 A, B 후보 경쟁에 여론조사기관을 두 곳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A 후보가 10% 앞서고,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B후보가 8% 앞서는 통계학적 오류가 있었는데요, 이 때 한나라당의 반응은 “후보자는 향후 여론조사에 대한 어떠한 의혹 제기 없이 결과에 승복할 것”을 서약했기 때문에 소송을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공천을 무효로 돌렸습니다.

     

    4.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천, 어떤 고민이 필요한가?

    과거에는 공천을 받기위해 당에 돈을 내어 ‘공천헌금’, '밀실공천'이라는 단어도 있었으나, 시대의 변화로 여론조사와 권리당원의 투표 절차가 당규에 의무화되는 등 차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문제는 지역주의 구도가 고착화된 탓도 크다만, 공천이 사실상 투표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공천은 굉장히 민주적 절차로 행해지고, 그 과정에서 고의로 민주적 절차를 어기는 것은 선거범죄에 준하여 강하게 제재를 할 수 있는 법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 본문내용

    세입자들은 봄이 다가와 이사철이 되면 '이 집에서 조금 더 살고싶은데 임대인거절하면 어쩌나..'하며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집니다.

    이에 지난 2020년 7월 31일에 신설된 이른바 임대차3법 중 '계약갱신요구권'에서는 세입자가 계약을 2년갱신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요, 이번 칼럼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이 무엇인지, 어떻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알아봅니다.

    1. 계약갱신요구권이란?

    '계약갱신요구권'은 지난 2020년 7월 31일에 신설된 이른바 임대차3법 중 하나인 권리입니다. 주택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갈 때마다 임대료 상승, 이사 등의 압박을 받는데요. 계약갱신요구권은 그야말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기간을 갱신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를 말합니다.

     *임대차3법의 종류 : 계약갱신요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이 권리는 세입자가 갱신을 요구하기만 하면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계약기간이 끝나는 날부터 2년 간 임대차 계약이 다시 시작되는 효과가 발생하여 세입자를 상당히 강하게 보호해주는 규정입니다.


    그렇다면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택의 범위에는 제한이 있을까요?


    2. 보호받는 주택의 범위는?


    흔히 말하는 임대차3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안에 있는 세부 조항을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계약갱신요구권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주택을 임차한 세입자들만 누릴 수 있게 되지요. 그렇다면 보호받는 주택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조는 적용 범위를 간단하게 “주거용 건물”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주거용인지 아닌지는 건물 대장 같은 공부(공적장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실제 용도가 사람이 사는 곳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예를들자면 아파트, 빌라, 원룸,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이 있습니다. 심지어 미등록 무허가 건물, 미등기 건물도 실제 사람이 주거하는 목적으로 쓰이는 주택이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다만 일시 사용이 명백한 임대차, 예를 들면 숙박 업소를 임차하는 경우에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3. 보호받는 주택의 세입자라면 어떤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까?


    계약갱신요구권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는 날부터 6개월 전까지 딱 한 번만 행사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습니다. 또한 2020년 12월 10일 전에 계약이 체결되거나 묵시적 갱신이 된 임대차계약의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그 후 체결되거나 묵시적 갱신이 된 임대차계약의 경우에는 2개월 전까지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형식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하지만 법정소송으로 가게 되었을 때에는 항상 증명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구두로 말했을 경우 집주인이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한다거나, 문자메시지, 이메일은 보냈다는 증명이 되지만 집주인이 읽었다는 증명이 잘 안되기에 '그런 연락 받은적 없다'고 한다면 입증에 난항이 생기게 됩니다 .


    그러다보니 내용증명우편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권리를 행사하게 됩니다.


    4. 집주인이 거절할 수 있는 사유는?


    집주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이 정하는 극히 예외적인 사유가 있을 때에만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세입자가 월세를 총 두 달치 못 낸 적이 있는 경우, 세입자가 집주인을 속여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던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한 경우, 세입자가 임대인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택을 넘겨 살도록 한 경우, 주택 자체가 파손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경우, 임대인이나 그 가족 등이 실제 거주를 하게 된 경우입니다.


    이와 관련해 가끔 향후 절대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미리 계약서나 각서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집주인이 있습니다. 세입자가 이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위반하는 계약이나 각서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니, 법이 정하는 기간 안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됩니다.


    5. 행사 후 중도에 계약 해지 가능한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법에 따라 2년의 계약이 다시 갱신됩니다. 하지만 세입자 중에는 사정에 따라 1년만 더 거주하고 싶은 의사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의 세입자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됩니다. 다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갑자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부당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가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야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포함한 임대차3법을 축소해가면서 결국은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축소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고, 계약갱신요구권을 아예 없애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국회가 야당이 과반인 상황이므로, 법 개정이 당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니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세입자의 권리를 지켜나가기 바랍니다.

     

  • 본문내용

    안녕하십니까.

    저희 법무법인과 참길에 박정민 변호사가 함께 '난민법 헌법소원'을 제기해서 현재 심사 대상으로 회부된 사건이 있습니다. 심사 대상으로 회부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일 정도로 우리나라는 난민에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문턱을 넘는 것도 가능성이 낮아 여러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왜 '난민법 헌법소원'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또 그들의 삶은 어떠한지 대한민국 난민의 실태를 알아봅니다.

     


    난민의 정의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등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 실태

    우리나라가 난민법을 제정, 시행한지 10년째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국제 협약인 난민협약에 가입했는데요, 난민협약은 “모든 난민은 차별 없이 보호받고,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가에 송환이 금지되며, 최소한의 처우가 보장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해당 협약 가입에 따라 난민법을 제정했는데요. 아시아서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하지만 유엔 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0∼2020년 우리나라의 평균 난민 인정률은 1.3%로, 주요 20개국(G20) 중 꼴찌 수준이고,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일본(0.3%) 뿐입니다. 미국(25.4%)이나 영국(28.7%), 프랑스(15.7%)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주변국인 중국(15.5%)이나 러시아(2.7%)보다도 낮습니다.

    법무법인 맑은뜻이 '난민법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 '난민신청자의 생계문제'

    우리 정부에 난민신청을 하면 법무부의 난민심사가 열리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어떤 기사를 보면 첫 면접을 3년이 지나서야 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럼 이 사람들은 3년이 넘도록 난민도 아닌 정말 애매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우리 난민법은 6개월간의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심사가 6개월이 넘어가는 건 이제 그냥 보통이 되어버렸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구조적으로 6개월이 넘어가버리니 무조건 체류자격이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출입국관리소는 계속 ‘출국기한 유예통보’를 드문드문 반복해서 날립니다. 그 상태로 그냥 계속 사실상 방치됩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해야 그야말로 생존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난민법은 난민이 취업을 하려면 출입국외국인사무소로부터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라는 이름의 취업허가를 받아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취업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건 난민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사람만 취업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해놨어요.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해당 허가는 적어도 ‘체류자격이 있는 사람, ’만 가능해요.

    즉, 난민법은 6개월까지만 체류자격을 줍니다. 난민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서만 취업허가 신청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선 뭐라 하느냐, 입국 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사람은 체류자격이 없으니 일률적으로 취업허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겁니다한마디로 아예 지금 취업허가를 받을 수가 없게 봉쇄가 되어 있어요. 그런데 난민심사는 한정 없이 몇 년이나 미뤄질 수 있는 겁니다. 그럼 그동안에는 이 사람들이 뭘 먹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이 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입니다.

    난민들의 한국에서의 삶

    대구에서 난민 신청자 가정들이 모여사는 곳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뵙고 온 분들은 아프리카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유치원생 자녀가 있는 가정도 있고, 심지어 한국에서 출산을 하신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일단 언어가 아프리카 현지어와 프랑스어가 섞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어 전공자도 그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를 못할 정도로 소통에 어려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상대로 오는 통지문에는 국문과 영문으로만 기재되어 있어 이 사람들은 이 문서를 읽고 해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전부 외계어나 다름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한국에서 나고 자란 자녀들은 모국어보다 한국말을 잘했습니다. 한국 유치원도 다니고 있고요. 아이들 관련 비용은 세이브더칠드런 같은 인도주의적 국제단체에서 도움을 주고 있어서 충당이 된다고 했습니다. 주거는 아주 낡은 단독주택 같은 곳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데, 자세히는 인터뷰하지 못했지만 주거비용 정도는 후원기관에서 최소한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생계를 물으니, 인근에서 주로 농사일을 아르바이트식으로, 비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작물을 수확하는 단순 육체노동을 통해 생계비를 마련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일이라도 취업허가를 받고 하려니 우리 당국은 근로계약서를 써오라고 요구하는데.. 현실적으로 이 사람들이 그걸 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난민을 막아야 한다는 부정적 여론, 그것을 뛰어넘을 혜안은...

    우리나라는 배타적인 민족성을 가지고 있어 다름에 대한 포용이 느린 편입니다. 또한 언론을 통해 보는 난민 사례는 잠재적 범죄자요 안보 위협자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러다 보니 더 반감을 가지게 되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난민협약을 가입했고, 심지어 법도 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우리,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가난한 기억, 전쟁으로 고통받았던 기억을 갖고 있는 우리가 이제는 좀 달라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직접 뵌 분들하고 동네를 걷는데 거기 동네 시장 상인들이 이 사람들한테 너무 반갑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애들이 한국말을 잘하니까 막 가서 안기고 해도 다 받아줘요. 우리의 민족성에는 측은하게 여기고 잘해주는 심성도 갖고 있습니다. 무조건 배척이나 방치만 할 것이 아니라, 법 제도를 제대로 체계화하고 인력을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 본문내용

    미수범은 범죄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그 행위를 끝내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범죄 또는 범인을 의미합니다.

    법을 적용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에, 하나로 정의 하기가 어려운데요. 범죄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법의 심판을 받는 '미수범' 과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행위를 끝내지 못한 미수범을 법적 의미와 처벌에 관해 알아봅니다.



    1. 미수범이란?

     

    “죽이려다가, 훔치려다가, 속이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이것을 바로 미수범이라고 합니다. 범죄 행위를 하다가 행동을 멈추는 것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총으로 쏴서 살해하려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조준했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만둔 경우입니다. 범죄 행위는 다 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예를 들면 실제로 총을 세 발 쐈는데 다 빗나가버려서 피해자가 죽지 않은 경우가 있겠죠. 둘 다 미수범에 해당됩니다.

    우리 법은 미수를 세 가지로 또 분류를 해서, 처벌 수위를 다르게 정하고 있어요. 미수의 3종류 '중지미수', '불능미수', '장애미수'입니다. 이 개념과 사례들을 오늘 좀 살펴보려고 합니다. 중지미수는 그야말로 범인이 자신의 의사로 범행을 도중에 그만둔 경우를 말하고요, 아까 사안에서 조준했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그만둔 경우가 대표적이죠. 불능미수는 예를 들면 누군가를 독살하려고 음식에 독극물을 넣었는데, 알고 봤더니 독극물이 아니고 설사약이어서 도무지 사람을 죽일 수 없는 것인 경우를 말해요. 장애미수는 그야말로 나머지 전부, 중지미수도 불능미수도 다 아닌 경우를 말합니다. 벌써 느낌이 오시겠지만, 중지미수범이 불능미수범보다는 조금 덜 나쁜 놈이고요, 불능미수범이 장애미수범보다는 조금 덜 나쁜 놈입니다. 처벌도 이 순서대로 더 강해지는데요. 중지미수는 반드시 형을 감경하거나 아예 면제해줘야 하고 완전한 범죄를 저지를 사람과 똑같이 처벌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불능미수범은 판사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거나 아예 면제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경우에 따라 완전한 범죄를 저지를 사람과 똑같이 처벌할 수도 있게 만들어놨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애미수는 면제는 절대 안 되고, 판사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2. 끝내지 못한 행위, 처벌하면 가혹한 경우가 생기진 않을지?

    미수범 처벌에 있어서 가장 핵심 쟁점이 ‘실행의 착수라는 개념인데요. 우리가 살면서 “너 진짜 죽는다?”이런 경고를 많이들 하죠. 살인미수죄일까요?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가볼게요. 실제 사건을 살짝 각색해볼게요. 동네 조폭들이 이권싸움을 합니다. 멍멍이파가 요새 배가 고파요. 그래서 야옹이파가 운영하고 있던 성인오락실을 탐내합니다. 몽둥이와 연장을 들고 야옹이파를 싹쓸이하려고 봉고차에 타죠. 성인오락실을 급습을 하려고 운전하고 있는데, 야옹이파의 첩자가 정보를 입수하고 야옹이파 두목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이에 야옹이파는 혼비백산 모두 도망을 쳐버려요. 멍멍이파는 머쓱해져서, 온 김에 인근 맛집에 들러서 아구찜을 먹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검거됩니다. 멍멍이파, 살인미수 혹은 상해미수일까요? 아구찜만 먹었는데 말입니다. 너무 살벌한 이야기만 드렸는데, 보이스피싱 사기로 바꿔서요. 보이스피싱 전화 사기를 하려고 열심히 직원들을 모아서 업무 교육을 시키다가 잡히면, 사기 미수일까요? 전부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들입니다. 실행의 착수가 일단 있고 난 다음에 뭔가 그만두든, 실패하든 해야 미수범이 되는 것이죠. 범죄의 준비만으로 처벌하는 범죄는 예비음모죄라고 하는데요, 예비음모죄는 아주 한정적으로만 처벌하는 범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실행의 착수냐? 이건 또 법에 규정이 없습니다. 개별 범죄마다 전부 천차만별이고, 우리 대법원이 실제 판결을 한 사례들을 가지고 각자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차량털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범죄 순서가 아래와 같이 된다고 가정해보지요.

    1. 차를 털려고 장갑과 연장, 후레쉬를 챙겨 집을 떠납니다.

    2. 주차장에 가서 고급 승용차를 고릅니다.

    3. 고급 승용차의 조수석 쪽에서 후레쉬를 키고 차 안을 봅니다.

    4. 연장으로 문을 따기 위해 문 손잡이를 당깁니다.

    5. 차 안을 뒤집니다.

    6. 대시보드에 있는 현금 5만원을 훔칩니다.

    ☞ 우리 대법원은 어디까지 와야 실행착수라고 볼까요? 바로, '4번'까지 와야 실행착수를 했다고 봅니다.

    3. 중지미수의 실제 사례


    중지미수는 범죄자가 자의로 범죄를 그만둔 경우를 말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걸 반드시 처벌을 깎아주거나 면제해주는 이유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착한 길로 되돌아오는 다리를 마련해주어 범죄를 억제하고, 이성적 판단으로 범죄를 중지한 것을 보상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참 사안마다 판단이 어려운데요. 우리 법원은 공포심 때문에 범행을 중지한 건 또 중지미수로 봐주질 않습니다. 원수에게 앙심을 품은 한 남자가, 원수의 집을 통째로 태우려고 장롱 안에 있는 옷가지에 불을 붙입니다. 그런데 불이 확 붙는 것을 보자 너무 겁이 나서 급히 물을 떠와 불을 꺼버립니다. 미수범이긴 한데, 중지미수일까요? 우리 법원은 이 경우 자의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고 봤어요. 결국 장애미수라는 것이죠.

    애매한 사안들이 또 있습니다. 강간 범죄에서 엇갈린 사안이 있었어요. 강간범이 한 여성을 강간하려고 폭행, 협박을 하는데, 여성이 이런 식으로 하지 말고 다음 번에 만나서 친해지면 성관계를 하겠다고 간곡히 부탁을 합니다. 그러자 강간범이 여성을 놓아줬어요. 두 번째 사안은요, 강간범이 역시 한 여성을 강간하려고 폭행, 협박을 하는데, 여성이 얼마 전에 수술을 해서 배가 너무 아파 도저히 못하겠다고 애원을 해요. 그러자 강간범이 여성을 놓아줬어요. 우리 대법원은 두 사안 결론을 다르게 봤어요. 앞서 사건은 ‘친해지면 사건’으로 법학도들에게 알려져 있는데요. 이 사안에서는 중지미수로 인정했습니다. 그 정도 부탁은 범죄로 가는 데에 있어 장애로 보긴 어려우니, 자의로 그만둔 것이라고요. 그런데 후자 사건은요, 우리 대법원은 ‘여성을 불쌍히 여겨서 그만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성관계를 하기에 불편하다고 생각하여 범행을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봐서 중지미수가 아닌 것으로 봤어요. 두 사안의 처벌 수위는 완전히 다릅니다.


    4. 불능미수 처벌의 경계

    한창 뜨거운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이은해씨 사건을 예로들어보겠습니다. 그는 이미 피해자를 그 전에도 살해하려고 시도했던 정황이 발견됐습니다. 2019년 강원도 양양의 한 펜션에서, 피해자가 복어 음식을 잘못 먹고 사고사한 것으로 위장한 채 살해하기 위해, 복어 피를 넣었었나봐요. 그런데 피해자가 안 죽었어요. 그러자 이은해가 조현수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로 “복어피를 이만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복어독, 청산가리의 1,000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진 맹독성 물질입니다. 그런데요, 복어독은 어디 있냐면, 복어 암컷의 난소와 간에 있습니다. 피를 넣어가지고는 복어독이 들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이런 게 전형적으로 불능미수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 불능인데 왜 이걸 처벌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죠. 우리 법은 위험성을 가지고 판단합니다. 장난감 물총으로 죽어라! 하면서 계속 쏘는 건요, 누가 봐도 콧방귀를 낄 일이지 위험하다고 인식하지 않아요. 그런데 복어피를 저렇게 음식에 넣어서 먹이면요, 과학적으로야 독성이 치사량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 일반인들은 그래도 위험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이렇게 인식할 수 있잖아요. 이게 불능범과 불능미수의 경계입니다. 불능범은 아예 죄가 되지 않습니다. 또 재밌는 게, 범죄자들 중에는 “아니 난 그냥 장난친 거다, 전혀 위험하다고 생각 안 했다” 이런 항변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위험한지 아닌지는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본인의 생각대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소매치기범이 지갑을 훔치려고 어떤 사람의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는데, 아니 그 속에 지갑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고, 그 사람은 아예 지갑을 안 들고 나온 사람이었어요. 이거 불능범이어서 무죄냐? 다툼이 있었는데요. 이것도 위험한 행위로 봐서 미수죄로 처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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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뉴스와 SNS를 뜨겁게 달군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들이 수사망을 피해 도주한지 124일 만인 지난 16일 고양시의 오피스텔에서 검거되었습니다. 수영을 할 줄 몰랐던 피해자는 이들의 권유로 약 4m 높이의 바위에 올라 다이빙했고, 적절히 구조받지 못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이처럼 구호하지 아니한 채 누군가의 죽음을 방관한 행위를 부작위라고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가평 계곡 살인사건'과 함께 '부작위범'에 대해 알아봅니다.


     

    1.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개요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용소폭포에서 아내의 지인들과 여행 온 피해자가 계곡에 다이빙을 한 뒤 숨졌습니다. 당시 단순한 물놀이 사고로 보도되었으나 아내가 남편의 사망보험금 지급을 요청하자 보험사는 보험사기를 의심해 지급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그해 11월 경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대형보험사가 횡포를 부린다'고 제보하였고, 사건의 내막에 깊어질수록 수상한 정황이 드러나게됩니다. 물놀이 당시 동석했던 지인은 내연관계인 조현수였고, 경제력이 좋던 피해자가 이은해와 혼인 후 급격히 재산 상태가 악화되어 개인회생신청까지 이르렀으며, 경제적 궁핍으로 제때 보험금을 납입하지 못해 생명보험이 해지되려고 하면 겨우 연장하는 일이 반복이었습니다. 범죄 의심이 증폭된 건 바로 피해자가 사망한 날이 보험이 사실상 해지되기 4시간 전이라는 겁니다.


    2. 살인죄 혐의점이 밝혀진 피의자들의 입장

    이 사건은 정황상 살인죄로 인식되나 애매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은해는 '피해자는 누구에게 떠밀리지 않고 스스로 다이빙하였다. 조현수가 먼저 다이빙을 하고, 연이어 피해자가 다이빙을 했는데, 피해자가 허우적대거나 살려달라고 고함치는 모습이 없었고, 물 안에서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기에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고 구명튜브를 찾아 뛰는 등의 행동을 했다'는 입장이였습니다. 방송 이후 검찰은 여러 방면의 조사 끝에 이들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피의자 신분 전환을 합니다.


    그렇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고의에 의한 살인이 적용되는 것일까요?

    3. 적극성이 배제 된 부작위범, 고의에 의한 살인이 적용되는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죽인 사람과 똑같이,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을까요? 유명한 사례로 쉽게 소개하겠습니다.

    10살 남짓 되는 두 조카를 죽이려 마음먹은 삼촌이 아이들을 불러내 저수지에서 놀아주다가, 아이들을 미끄러지기 쉬운 제방 쪽으로 유도 하였고, 결국 조카는 미끄러져 수심 2m의 저수지에 빠졌는데도 구조하지 않았습니다. 삼촌은 물에 빠진 조카를 구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되었고,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숙부로서 위와 같은 익사의 위험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는 나이 어린 피해자들을 급한 경사로 인하여 미끄러지기 쉬워 위와 같은 익사의 위험이 있는 저수지로 데리고 갔던 것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들이 물에 빠져 익사할 위험을 방지하고 피해자들이 물에 빠지는 경우 그들을 구호하여 주어야 할 법적인 작위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 1이 물에 빠진 후에 피고인이 살해의 범의를 가지고 그를 구호하지 아니한 채 그가 익사하는 것을 용인하고 방관한 행위(부작위)는 피고인이 그를 직접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이유로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였습니다.


    4.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모두 처벌받는가?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들어보셨나요? 이는 성서 누가복음 10장 30절에 나오는 이야기로 한 유태인이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 거의 죽기 직전까지 맞고 쓰러져 방치됩니다. 종교지도자인 한 제사장과 레위인은 이를 발견하고도 피해서 지나가버렸지만, 유태인들로부터 멸시받던 한 사마리아인은 이를 측은하게 생각하여 구호합니다. 예수님은 이 셋 중에 누가 유태인의 진정한 친구이겠냐고 물으시면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다시말해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법을 말합니다. 즉 생판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단 위험에 처하면 구호활동을 해야 하는 도덕관념을 법으로 강제한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을 보고도 외면하였다고 살인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작위범이 성립되기 위해선 작위의무가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리법원은 법률, 계약, 조리 세 가지 근거로 작위의무 있는 사람을 분별

    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나 배우자라면 법률상 부양의무가 있고,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냈거나, 수영을 못하는 사람에게 다이빙을 부추긴 사람에게 작위의무가 성립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법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도입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전망

    그렇다면 앞서 본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들에게도 부작위범이 성립할까요? 취재 결과 피해자는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밝혀졌고, 피해자가 다이빙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번 거절 하였음에도 이은해가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린 이들이 당시 구조를 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이은해와 조현수에게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였습니다.

    피해자와 그의 유족들은 그 무엇으로도 아픔을 치유받지 못할겁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 본문내용

    배우자와 이혼이나 사별을 하게 되면 가족 구성원들도 다양한 변화를 겪습니다.

    부모의 재혼으로 자녀의 성씨를 변경하기도 하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기 위해 변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녀의 성과 본 변경, 어떨 때 가능한지, 또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이번 칼럼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자녀의 성‧본 변경 사유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성과 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은 영어에서는 Family name이라고 하듯이 가문의 이름이고, 본은 본관, 시조의 발상지나 기원지를 뜻합니다. 우리 민법은 자식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명시적으로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혼인신고를 할 때 부부가 협의하거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를 때에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워낙 젊은 나이에 이혼을 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면 아이들이 혹시 받을 상처를 우려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학기를 시작하는 이맘때 변호사 사무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상담 중 하나가 바로 자녀의 성‧본 변경입니다.


    변경 절차

    어떤 분들은 출생신고를 해본 기억 때문에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이 매우 간단한 절차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행정절차가 아닙니다. 우리 민법은 반드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법원의 허가라는 건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 재판절차와 유사하지요. 판사님께 성과 본을 변경하는 것을 허가해달라고 그 이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면, 판사님께서 판단한 뒤 허가 결정문을 써주시는 과정이 동반됩니다.

    이런 청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년이 된 자녀는 스스로 하거나, 아버지나 어머니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인 자녀의 경우에는 부 또는 모가 해야 하지만 사정상 청구할 수 없을 때에는 가까운 친척이나 검사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변경허가 기준

    법원에서 모두 허가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허가가 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제가 상담하다 보면 친권자가 자녀의 성을 바꾸겠다는데 법원이 그걸 왜 허가 안 해주냐고 화 내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우리 민법은 자녀의 성과 본을 바꾸려면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자의 복리, 즉 자녀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지금 이 시점에 성과 본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를 봅니다. 바꿔 말하면 부모의 편의나 감정, 복수심, 혐오감 해소 등을 위한 성과 본 변경은 허가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자녀의 나이, 의사, 가족 안에서의 정체성, 가족 구성원의 상황, 변경 반대 부모의 존재 여부와 해당 부모와 자녀의 관계 등을 아주 종합적으로 깊게 살펴봅니다.


    이혼한 전 남편 반대, 자녀 성씨 변경 가능할까?

    실제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여성이, 아들이 만 3살일 때 남편과 이혼을 하고, 자신이 홀로 양육하다가 4년 뒤 다른 남성과 재혼을 합니다. 아들의 성과 본을 재혼 남성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려고 법원에 신청을 했는데, 전 남편이 반대하는 상황이 있었는데요. 우리 법원은 변경 신청을 받아주었습니다.

    그 이유는요,

    ① 재혼 남성과의 사이에 생긴 태아가 곧 태어나면 한 집안에 다른 성씨의 자녀들이 형제로 지낼 상황이 곧 생겨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② 재혼 남성이 해당 아이를 적극적으로 양육하고, 입양을 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고 있다,

    ③ 재혼 남성과 신청자 어머니의 재혼 관계가 평탄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어 또다시 이혼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친 아버지가 반대하더라도 자녀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서는 성과 본을 재혼 남편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고 본 것입니다.

    어머니의 성으로 변경 시 유의점

    호주제가 폐지된 2005년부터 어머니의 성씨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게 민법이 개정됐습니다. 관련한 문의도 많은 편인데요.

    한 어머니가 남편과 이혼한 뒤 1년 정도 지나, 만 2세가 된 자녀의 성과 본을 자신 즉 어머니의 성과 본과 똑같도록 변경해달라고 허가를 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 우리 법원은 허가를 받아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요,

    ① 자녀가 너무 어려 성과 본을 변경하는 데에 있어 자녀의 의사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② 이혼한 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고 어머니도 매우 젊기 때문에, 나중에 재혼을 하게 되면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성씨가 또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데, 자녀의 성과 본을 여러 번 바꾸는 것은 자녀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된다.

    ③ 지금 자녀가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서, 어머니는 전 남편의 흔적을 지우려고 변경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겁니다.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하려고 고민하시는 분들,

    위 사례들을 참고하셔서 무엇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잘 판단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라겠습니다.

  • 본문내용

    약혼식, 결혼식에 당사자 상호 간 마음을 표현하고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이를 예물이라고 하는데요. 예물이 단순한 선물 이상의 고가품이다 보니 파혼과 이혼 뒤 '예물'을 돌려받기 위한 분쟁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미 파혼과 이혼 결정으로 얼룩진 둘의 관계에 '예물 반환'까지 보태지며 소송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데요. 이런 경우, 어디까지 반환해야 하고 소송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살펴봅니다.

    예물반환소송 발생 경위

    예물반환 소송이 진행되었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소송의 남성과 여성은 2009년 6월경 결혼중매업체의 소개로 만나 교제를 하다가, 이듬해인 2010년 9월경에 결혼식과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그때부터 약 1년간 행복한 부부로서 함께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그후 남편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더 이상 혼인생활을 유지하기가 힘들게 되었는데요. 2011년 11월경에는 남편이 연락조차 끊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여성이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결혼 당시에 건네준 예물의 반환까지 함께 청구한 사건이었습니다.

    해당 소송의 '예물반환' 청구 결과

    이혼에 이르게 된 귀책사유, 그에 따른 위자료, 재산분할 등 이혼소송에서 다뤄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 중 '예물반환청구'는 긴밀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 많은데요.

    예물 반환에 관한 판례를 통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결혼식과 혼인신고는 마쳤지만, 아주 짧은 기간에 이혼을 했다면, 그 결혼은 애당초 결혼을 하지 않은 것과 거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이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예물과 예단은 반환되어야 하지만, 일단 혼인이 성립되어 일정기간 지속되었다면 예물, 예단의 반환은 청구할 수 없고, 예물, 예단의 소유권은 받은 사람에게 귀속된다라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의 경우, 약 1년간 부부로서 혼인생활을 지속했기 때문에, 예물·예단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혼인이 아닌 약혼 때 주고 받은 예물의 반환은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판례는 약혼예물에 관해 이런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약혼예물의 수수는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것이다”

    표현이 조금 딱딱하고 어렵지요? 쉽게 설명하면, 첫 번째, 약혼을 하면서 예물을 주고 받았지만, 약혼만 했을 뿐 결혼까지는 하지 않았다면, 그 예물은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약혼 후 결혼을 했지만, 혼인생활을 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짧은 기간 내에 이혼을 하게 됐다면, 이때도 예물은 반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약혼 후 결혼도 했고, 혼인생활이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면, 예물은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약혼예물의 소유권은 받은 사람에게 귀속된다라 것입니다. 이런 법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사실혼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그렇다면, 예물, 예단의 반환은 모두에게 적용될까?

    이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으냐에 따라 예물/예단 반환청구 대상이 달라집니다. 약혼예물이든, 결혼예물이든, 사실혼 관계의 예물이든, 너무도 짧은 기간 내에 그런 관계가 해소되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예물과 예단을 반환해야 합니다.

    그러나, 약혼관계, 혼인관계,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는 당사자, 즉 유책당사자는 예물과 예단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책임이 없는 일방 당사만이 예물과 예단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물, 예단에 대해 원칙적인 반환의무자는 약혼관계, 혼인관계,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당사자 본인이구요, 혼주에 대한 예단에 대해서는 혼주도 함께 반환의무를 부담합니다.

    결혼식‧혼수 비용 반환도 가능할까?

    결혼식 비용 반환의 문제는, 결혼식 전체의 비용 중 누가 얼마를 지출했느냐에 따라서 다양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만, 판례 중에는 어느 한쪽이 결혼식 비용 전부를 부담했으나, 남녀 모두의 동등한 귀책사유로 이혼을 하게 된 경우, 예식장비, 사진촬영비, 하객식대 등을 모두 포함한 결혼식 비용 중 50%의 배상청구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신혼집 구입 보조비용은, 지원받은 사람이 지원한 사람에게 전액 반환하여야 하구요, 신혼집에 남아 있는 혼수물건은 그 물건의 구입비를 지출한 사람이 소유권을 가진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강변의 Opinion ]

    법과 판례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오늘 제가 말씀드린 법률상식들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문내용

    장기간 투병하던 사람들이 너무 고통에 시달리다가, 치료를 포기하고 편안하게 삶을 정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는 경우가 있죠. 이를 안락사라고 하는데요. 안락사존엄사를 의료계에서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종이 가까웠으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치료를 중단하되 영양분, 물, 산소들은 주입하는 것을 존엄사라고 하고, 안락사는 회복할 수 없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시켜 치료를 포함 영양분까지 모두 차단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안락사라고 합니다. 2016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 비포 유'가 국내에 개봉되면서 우리사회에 안락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붙잡아야 할까, 사랑하기 때문에 놔줘야 할까.' 이 질문 속에 안락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번 칼럼에서는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는 안락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1. 안락사를 도운 사람에 대한 우리 법원의 처벌

    안락사를 도운 사람에게 우리 법원은 어떤 처벌을 내리고 있을까요? 실제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40대 여성 A씨와 B씨, 20대 초반 때부터 직장에서 만나 20여년간 서로를 의지하고 아주 친하게 지냅니다. 그러다 결국 같이 살기까지 해요. 서로를 의지하면서 수년간 잘 지내던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습니다. B씨가 난소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경제 상황이 넉넉하지 않았고, 달리 의존할 가족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병세는 점점 깊어 갔고 결국 B씨는 제대로 일어나 걷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그러자 B씨는 A씨에게,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살 수가 없다, 부담 주기 싫다, 제발 나를 죽여달라”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죽고 싶어서 A씨에게 힘든 부탁을 했다. A씨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취지로 유서도 작성합니다.

    A씨는 번민하다가 결국 B씨와 함께 방법을 찾기로 합니다. 우선 함께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왔고요, B씨가 이를 먹고 자는 동안 A씨가 목을 졸라 삶을 마감하기로 했습니다. 한 번 시도했지만 B씨가 막상 일이 시작되니 겁이 났던지, 그만해달라고 해서 중단합니다. 극한의 고통이 두어달 지속되고, 이들은 다시 독한 마음을 먹고 시도를 해서 결국 B씨는 A씨 손에 목이 졸려 죽습니다. 이후 A씨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요, 시간이 지난 뒤 결국 자수를 하게 됩니다. 우리 법원은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고요, 항소심에서는 대폭 감형을 해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2. 안락사를 도운 사람에 대한 우리 법원의 처벌 논거

    적용된 죄명은 촉탁살인죄라는 것입니다. 일반 살인죄하고는 다르게 형이 많이 낮게 규정되어 있는 범죄고요, 피해자로부터 승낙이나 부탁을 받고 그를 죽였을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법원의 판결문을 살펴보면요, 한 마디로 “그래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되지”라는 대명제를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해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피고인의 범행은 비록 피해자의 부탁을 받고 저지른 것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앗은 것으로서, 그에 따른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장기간 같이 생활해 온 동거인으로서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촉탁살인보다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경제적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다만 감형을 한다고 한 것이, 그동안 A씨가 B씨를 위해 나름대로 자신의 능력 안에서는 잘 돌보려고 애썼던 것으로 보이고, B씨의 간절한 부탁 외에는 다른 살해 동기도 없다고 본 것입니다.

    3. 우리 법은 안락사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가

    위 사건은 의료인에 의한 안락사가 아니기 때문에 전형적인 사안은 아니지만, 우리 법이 사실상 적극적인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비극이라고 봅니다. 법학에서는 안락사를 두 종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나누거든요. 적극적 안락사는 그야말로 사람을 죽게 하는 어떤 행위, 약물을 투여한다든지 목을 조른다든지 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하고요, 소극적 안락사는 연명 치료 없이는 사망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아무런 치료행위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존엄사 라는 개념과 유사하죠.

    우리 법은 적극적 안락사는 절대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앞선 사례도 적극적 안락사에 속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심지어 의사가 자신의 전문적 판단 하에 적극적 안락사를 하더라도 이건 어찌되었든 촉탁살인죄가 되어 버립니다.

    이 때문에 이미 헌법재판소에는요, 안락사 시술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않은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면서 헌법소원이 여러 차례 제기된 적이 있어요. 우리 헌법재판소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판단하면서 헌법소원을 모두 기각하고 있습니다. 그 취지는, “안락사 시술에 관한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윤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니, ‘국민이 안락사 시술을 받을 권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4. 안락사가 허용되는 경우

    연명치료의 중단, 즉 소극적 안락사는 아주 엄격한 절차와 방법이 있으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법 이름이 긴데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아시겠지만, 거의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사람들에게나 적용되는 법률입니다. 실제로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만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이 법이 생긴 배경에는 세브란스 병원 김 할머니 사건이 있어요. 김할머니는 2008년 2월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소위 식물인간이 되었는데요. 자녀들은 김할머니의 인공호흡기등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구하는 재판까지 하게 됩니다. 이게 대법원까지 가서, 2009. 5. 21. 최종 승소를 했습니다. 그런데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도 6개월이 지나서야 사망하셨었는데요. 영양공급을 중단하지는 않았었거든요. 존엄한 삶의 마무리, 드시고 싶은 것을 드실 수는 없어도 영양공급이 중단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하여간 사회적 논란이 엄청 컸었습니다. 그 때 대법원은 “식물인간 상태인 고령의 환자를 인공 호흡기로 연명하는 것에 대하여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상태에서 현 상태만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연명치료는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로서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는 것이며,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잘 죽을 권리도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판단한 사례라고 평가됩니다.

    5.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떠한가?

    헌법재판소가 잘 지적했듯이, 이건 참 단순히 법률적 관점에서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등이 현재 안락사를 합법화하고 있고, 카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는 불허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간이 아무리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고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처분권을 인간이 가졌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나라는 안락사에 극히 보수적입니다. 어찌되었든 개인이 원한다면, 또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된다고 보는 국가에서는 안락사를 폭넓게 허용하는 거죠.

    [강변의 Opinion] 안락사, 법적 한계와 보완

    저로서도 정말 판단하기 어려운 이슈긴 한데요. 다만 저는 국가의 책임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싶어요. 아까 왜 처음 소개해드린 사례에서, 법원은 “생명을 빼앗는 것 외에 어떤 노력을 해봤느냐, 그게 최선이었냐, 아무리 그래도 생명을 빼앗는 건 아니다”라고 봤죠. 그런데 그 사안에 놓여보지 않았던 사람에게 함부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대단히 폭력적인 일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간 투병과 간호를 한 사람들에게, “더 잘할 수 있지 않았냐”고 따져 묻는 것이잖아요? 어쨌든 갈수록 평균수명이 늘지만 건강수명은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해요.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 누구나 잃을 수 밖에 없는 생명, 그 마지막을 존엄하고 귀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개인과 생명에 대한 존중일 수 있다는 점도 깊이 숙고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 본문내용


    오늘은 연일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을 가지고 왔습니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SNS에 계속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해 며칠 동안 많은 저격글을 올리며 그들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로 규정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출근 시간에 장애인들이 단체로 지하철을 탑승하는 게 전장연의 시위 방법인데 그들은 왜 휠체어를 타고 지하절역에 나와 시위를 해야만 했을까요?

    장애인 이동권,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의 언도도그마 발언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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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 이동권, 왜 문제가 되고 있나?

    지하철은 땅 아래 깊은 곳에 있는 설비니까 무조건 내려가야 탈 수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계단이든 엘리베이터든 에스컬레이터든 뭔가 설비를 이용해야 하는데요. 실제 우리가 지하철역에 가보면 장애인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이게 모든 공간을 다 갈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은 경우가 꽤 많습니다. 짧은 계단 정도는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계단 아래나 위로 옮겨주는 설비입니다. 그런데 이 리프트 이용을 장애인이나 노약자 혼자 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 지하철 직원을 호출하도록 버튼이 있어요. 보통 역무원이나 공익근무요원들이 역무실이나 승강장에서 대기하다가, 호출 버튼이 눌리면 무전을 받고 열심히 뛰어가서 리프트를 태워드립니다.

    실졔사례를 소개합니다. 부산에서 2008년에 있었던 지하철 관련 사건을 소개하면, 이 휠체어리프트가 전동휠체어는 감당을 못하게 설치되어 있었고, 사용설명서에 대놓고 전동휠체어는 규격이 안 맞아서 사용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던 거예요. 그런데 요새 팔 힘으로 미는 휠체어보다는 압도적으로 전동휠체어를 많이 이용하시거든요. 60대 후반의 한 할머니가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리프트 탑승 요청을 합니다. 그럼에도 역무원이 리프트 전원을 키고 할머니가 전동휠체어를 조정해서 리프트 설비 위에 탑승하게 유도를 했는데요. 전동휠체어 속도가 제대로 제어가 되지 않으면서 할머니가 리프트 설비를 지나쳐 계단 아래로 추락해서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해당 역무원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조사를 받고 기소가 되어 형사재판까지 받게 됩니다.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것이지요. 큰 자동차 사고 났을 때와 같은 법이 적용된겁니다.

    여기서 해당 역무원은 무죄 주장을 합니다. "전동휠체어를 휠체어리프트에 태우지 말라는 안내서가 부착되어 있지만 장애인 단체의 영향력이 워낙 강하고, 회사인 교통공사는 직원들에게 민원발생을 예방하라고만 강조하고 있어서, 피고인으로서는 전동휠체어를 휠체어리프트에 못 태우게 하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없다, 아무리 조심을 하려고 해도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이죠.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이렇게 꾸짖습니다. 설명서에 분명히 전동휠체어 태우지 말라고 명시가 되어 있는데 그런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합리화되지 않는다, 휠체어리프트가 안 되면 업고서라도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그런데 근원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어야 할 부분은, 왜 애초에 지하철역에 전동휠체어는 취급을 못 하는 리프트를 설치해놓고 있었는가예요. 유죄판결이 나왔고, 벌금 100만 원 형을 받았습니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도!

    버스에 관련해서도 장애인들이 불편을 많이 호소하십니다. 저상버스라고 해서 인도에서 버스를 승차하기 비교적 쉬운 버스가 있어요. 하차하는 문 쪽에서 전동 경사로 같은 것도 나와서, 휠체어가 인도에서 버스로 안전하고 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설비입니다. 그런데, 이걸 사용하면 시간 걸린다고 난리치는 사람들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설비가 고장 나있기도 하고, 심지어 기사가 작동법을 모르는 사례들도 있어, 아예 장애인을 승강장에 놔두고 출발해버리는 사실상 탑승거부까지 일어난 바 있습니다.

    실제 판결 사안을 이야기해드리겠습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소송 사건입니다. 뇌 병변 1급 장애가 있는 한 대학생이 전동휠체어를 평소 이용했는데 이동을 위해 버스를 타려는 순간 승차거부를 당한 겁니다. 승차거부의 이유는 6번이 설비 고장이었고, 기사가 사용법을 몰라서가 1번, 무정차가 1번, 이유를 알 수 없는 승차거부가 1번이었어요. 이를 이유로 버스회사에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민사는 결국 당사자 본인이 손해를 입은 사실을 다 증명해야 이길 수 있거든요? 이걸 법원이 동영상 검증까지 실시해서 입증을 보완시켰어요.

    위와 같은 승차거부 행위는 여객운수사업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고요, 더 나아가 버스회사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완전히 위반한 행위입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러한 위 버스기사들의 승차거부 등 차별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이동권을 침해당하고, 장애를 주된 원인으로 승차거부 등을 당하였다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 평택여객 등은 위 버스기사들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인 위 버스기사들의 승차거부 등 차별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탑승 시위,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의 언더도그마 발언, 그리고 서울시교통공사의 여론전 전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 방법은 출근 시간에 장애인들이 단체로 지하철을 탑승하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는 “장애인 승객에게 정차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출입문 취급을 위해 탑승제한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냥 문 닫고 가라는 것이지요. 당 대표 정도 되면 정치적 무게가 상당한데, 이준석 대표가 사회적 갈등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에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말도 충격이지만,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이 나와 더 큰 충격을 줬습니다. 홍보실 언론팀 한 대리가 작성한 프리젠테이션 보고서에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전략을 회사에 보고하면서, 상대방(전장연을 의미)도 실점은 언제든 할 수 있다! 꼼꼼히 캐치!라면서, 시위 때문에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여론전에 나서야 한다고 기재하였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개선할 생각을 안 하고 이 따위 여론전을 전략이랍시고 짠다면, 그들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이 대표도 이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강변의 Opinioin] 치가 뭐냐? 이렇게 묻는다면 ‘사회적 갈등의 적절한 조정’입니다. 이거는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수십 년 전부터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적 갈등은 사회의 구성원들끼리의 이익이 충돌하여 다투고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갈등이 생기면 조정이 되기 전까지는 필연적으로 불편함이 생깁니다. 그런데 다원화되고 민주화된 사회, 특히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사회적 갈등이야말로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자 핵심 중추죠. 갈등 과정에서 여러 의견들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토론이 되어, 또 수렴되고 조정되면서 사회가 계속 발전해나가는 것이지요.

    반면 전체주의 국가는 사회적 갈등을 국가에 대한 배신행위, 악, 권력에 대한 반항 등으로 규정해서 압살하려고 하고, 사회 발전은 오로지 권력이 주도해서 권력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과 우선순위로 해나간다고 여깁니다.

    이준석 대표는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의 당 대표입니다. 그의 말은 주목을 받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더 크게 알리는 힘이 있어요. 그러면 그 힘을 쓰는 방법은,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하는 데에 쓰기 전에 사회 구성원들 각자의 입장이 무엇인지 드러내는 쪽으로 써야 합니다. 사회적 갈등이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치의 첫걸음이자 기본 소양입니다.

    그렇다면 정치인은 당연히 전장연을 비난하거나 언더도그마나 이기주의 집단같은 프레임 씌우기 전에, 전장연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저런 시위를 하기 전에 수 십년 간 혹시 장애인들이 주장해온 이야기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공정한 토론의 장에 올려놓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왜 장애인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투쟁하고 있는지를 일반 국민들에게 전달하면서 정책적 대안을 연구하는 것이 정치인이죠. 후보자들 전부 본인들이 휠체어 타고 출근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출근해봐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누가 옳으니 틀리니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더도그마

    언더독(underdog)과 맹목적 견해나 독단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로,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약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을 말함

  • 본문내용

    안녕하십니까. 법무법인 맑은뜻 대구 대표변호사 강수영 변호사 입니다.

    2월 28일 합천 산불, 3월 2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 주암산 산불, 3월 4일 울진/삼척 일대 산불, 3월 5일 강원도 강릉, 동해시 산불. 그리고 아직까지 잡히지 않는 불길...

    일주일 사이 전국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화재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아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화재진압에 투입되었던 소방관의 과로사 소식까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강릉 삼척의 화재는 '토치'로 불을 지른 방화범 소행으로 밝혀졌고, 울진은 지나가던 차량에서 던진 담배꽁초 때문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화재원인을 조사중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불법적 처벌은 약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산불화재 처벌규정에 대해 다뤄봅니다.

    1. 산불의 주요 원인

    법률 설명에 앞서 며칠 사이 발생하고 있는 산불의 주요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역대급 가뭄과 강풍 속에, 전국에서 큰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아직 주불이 진화되지 않은 채 사상 최대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경북 울진 산불 관련 CCTV 화면으로 도로 인접한 곳에서 작은 한 줄기 흰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곧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공개되습니다. 그 무렵 딱 3대의 차량이 도로를 지나갔다고 하는데, 차량 안에서 던진 담뱃불이 발화 원인으로 강력하게 추정되고 있습니다. 강릉, 동해지역 산불은 동네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해 화가나 고의로 방화했다는 보도가 있었고요.

    산불 관련해서는 산림청이 경찰의 역할을 합니다.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이 경찰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들을 산림특별사법경찰이라고 하는데요.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산불 620건 중, 약 40% 정도만 원인자를 검거했다고 합니다.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입산자의 실화인데요. 620건 중에 217건, 즉 35%가 입산자의 실화(모닥불, 취사 등)에 의한 산불이었고, 75건이 담뱃불에 의한 산불이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쓰레기나 밭두렁 소각이 65건, 건축물에서의 실화가 산불로 번진 사례가 54건 순이라고 합니다. 고의로 의한 산불은 아주 드물다고 합니다.


    2. 우리 법의 산불 처벌 규정

    산불원인자의 검거율은 앞서 말씀드린 원인에 따라 많이 차이납니다. 쓰레기 소각, 밭두렁 소각 등의 원인은 검거율이 거의 90%에 이르며, 방화는 거의 100%에 가깝다고 합니다. 반면에, 실수로 불을 낸 입산자의 경우는 14.7%, 담뱃불의 경우는 22.7%에 그친다고 합니다. 신원을 특정하기가 어렵고, 증거가 불에 의해 인멸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불에 관해서는 우리 법이 참으로 복잡합니다. 처음 불이 붙은 물건이 무엇이냐, 그 물건이 누구의 소유물이냐에 따라 처벌 규정이 상당히 난립해있거든요. 산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화, 그리고 산림에 불을 낼 경우에는 산림보호법이 적용됩니다. 산림보호법은 실수로 산불을 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요, 다른 사람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자기 소유의 산림에 불을 지른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발화가 된 것이 산림이 아니고, 예를 들면 건축물에 방화를 했다가 이 불이 산불로 번졌다고 하면, 산림보호법 위반 뿐만이 아니라 방화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이 사람이 거할 수 있는 곳인지에 따라 또 법이 나눠지는데요, 사람이 거하는 건물이라면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적용되고, 사람이 다치거나 죽으면 형벌이 엄청나게 강합니다. 다치게 하면 살인죄와 똑같이 5년 이상의 징역이고요, 사람이 죽은 경우에는 일반 살인죄보다 법정하한이 높아요.

    강릉 산불의 경우 자택에 토치로 불을 붙이고 그랬다고 하거든요? 이게 산불로 번진 건데,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3. 실제 처벌사례

    우리 법은 산불화재에 대해 엄중한 처벌기준을 세워놓고 있지만 실제 처벌은 전혀 엄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실수로 불을 내면 기소유예나 과태료, 훈방 처분이 대부분이고, 징역형을 받아도 실형은 극히 드물고 집행유예 처분을 받거나, 벌금형은 평균 200만 원도 채 안 됩니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하는 처분인데, 수사를 해보니 죄가 되지만 경미하니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례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지난해 3월 농산폐기물을 소각하다 불을 내 4.42㏊의 산림을 태운 사람에 대해서 징역 8월이 선고된 바 있는데, 이건 아마 동종 범죄전력이 이미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피해를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한데요. 우리 법을 보면, ' 산림이나 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고 불(인화물질)을 가지고 들어가는 경우에는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 폐기물을 소각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긴 합니다만 단속 실적이 미미합니다.

    4. 형사처벌 넘어 피해보상은?

    처벌은 처벌대로 해야겠지만, 행정력을 동원한 국가도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게 되고, 직접 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도 많은데 이 부분은 형사처벌과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른바 민사 문제인데요.

    국가 입장에서는 일단 산불 진화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쓰고요, 또 재난지역으로 설정된 사람들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주게 되는데, 이 경우 재난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당신 대신 비용을 지출했으니 돈 내놔라”는 취지로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구상권 소송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민사라는 건 어디까지나 패소자의 재산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데. 개인이 산불 원인제공자일 때에는 국가가 구상권 행사를 하더라도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산불의 직접 피해자들의 경우도, 국가가 주는 보상금만으로는 피해 회복이 택도 없는데, 개인이 막대한 피해금을 보상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책임을 물어봐야 보상 받을 게 별로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산불이 국가기관의 책임에 의해 발생한 건이 있었는데 이건 더 얄궂습니다. 2019년 당시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고 평가받았던 고성 속초 산불인데요. 한국전력공사의 전신주 관리 부실에 의한 인재로 드러났었습니다. 정부가 한전에게 구상금청구를 한다고 하니, 한전은 소송에서 돈이 확정되면 그 돈을 빼고 나머지만 산불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겠다고 하면서 수 년이 지연되었어요. 구상권 행사가 필요한 절차이긴 한데, 이걸 빌미삼아 피해 회복이 지연된다는 건 너무나 아이러니한 것입니다.

    5. 산불화재 처벌규정 강화되어야..

    리나라 법, 처벌실태를 봤을 때 산불화재의 강력한 규제조치가 이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태료 하한을 강력하게 높일 필요가 있고, 부담이 된다면 겨울과 봄철 환절기만이라도 한정해서 한시법을 강력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법원도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본문내용

    범죄를 적발하기 위한 다양한 수사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미리 만들어 놓은 함정에 걸려들게 해 범인을 잡는 방법을 '함정수사'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함정수사가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판례에 따라 허용되는 함정수사와 허용되지 않는 함정수사가 있습니다. 만약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함정수사를 해 범죄가 적발된 경우 증거로 인정받지 못해 공소기각이 되기도 하는데요. 이번 칼럼에서는 함정수사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1. 함정수사의 의미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 범죄를 적발할 때 뭔가 트릭(속임수)을 쓰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구치소에서 접견을 한 사람 중에 마약사범인 젊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더러 첫 마디가 “변호사님, 방 안에 있는 사람들 판례 설명 들어보니까 함정수사 하면 위법이라서 풀려난다던데요, 저도 빨리 석방시켜 주세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는 어떤 SNS 메신저로 마약을 팔곤 했는데, 어떤 사람이 마약을 사겠다고 해서 거래를 하다 체포되었고, 알고 보니 마약을 사겠다고 한 사람은 경찰이 단속을 위해 섭외한 사람이었다는 거예요. 이건 속임수를 쓴거니 자기는 구치소에서 나가야 한다는 요지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범인을 색출하는 것을 함정수사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무죄고 구치소에서 풀려나야 하는 것일까요?

    2. 함정수사가 되면 결국 무죄?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아까 그 친구가 오해를 한 게, 함정수사면 무조건 위법이냐,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함정수사 중에서도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만을 위법하다고 보는데요. 이게 뭐냐면, 원래 범죄를 저지를 의사, 즉 범의가 없는 사람을 속이든지, 협박을 하든지, 계략을 써서 범의를 만들어내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렇게 범죄가 적발된 경우 무죄 판결도 아니고 아예 공소기각을 해버립니다. 원래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가 있을 때에는 그 증거를 법정에서 못 쓰도록 하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증거가 없어 무죄가 선고되거든요. 그런데 우리 법원은 유독 함정수사의 경우에는 아예 수사 전체가 위법한 것으로 치부해서 아예 공소기각, 즉 재판으로 가지도 않고 초입에서 끝내버리는 것이죠. 허용되는 함정수사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라고 합니다. 원래 범죄를 저지르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를 기회를 준 것일 때를 말한다는 거죠. 아까 그 마약 판 친구에게 제가 제일 먼저 물은 게, "메신저에 마약 판다는 걸 본인이 먼저 올려놓은 상황에서 연락을 받았냐?" 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유형의 함정수사에 해당할까요? 바로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에 해당합니다. 즉,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를 통해 체포ㅔㅔ한 것으로 재판에서는 적법한 절차로 보아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3. 위법한 함정수사, 적법한 함정수사의 경계

    위법과 적법한 함정수사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각급 법원의 판단도 오락가락하고 설상가상으로 우리 법원은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의 경우에도 일부는 적법하다고 또 완화를 해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범행을 여러 번 권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또 위법하지 않다고 본 사례들이 있었고요. 어쨌든 대법원이 위법을 판단하는 기준은 ' 해당 범죄의 종류와 피고인의 범죄전력, 속임수나 유혹을 쓴 사람이 수사기관 자체이거나 수사기관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인지, 속임수나 유혹이 어느 정도인지'입니다. 즉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이 있는 유인자가 피유인자와의 개인적인 친밀관계를 이용하여 피유인자의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금전적·심리적 압박이나 위협 등을 가하거나,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거나, 또는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범행에 사용할 금전까지 제공하는 등으로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우”는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해요.

    조금 어려우시죠? 이해를 돕기위해 위법한 함정수사로 공소기각 결정을 받은 사례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성매매 사건인데요. 어떤 경찰관들이 노래방에 손님을 가장해서 입장합니다. 흥겹게 놀다가 주인한테 “성매매를 할 수 있는 도우미 좀 불러달라”이런 요구를 해요. 주인이 처음엔 안 된다고 합니다. 주인은 평소 손님들에게 도우미를 불러 준 적도 없으며, 더군다나 이 사건 당일 도우미를 불러달라는 다른 손님들이 있었으나 응하지 않고 모두 돌려보낸 바 있다고 주장했는데, 증거는 없었어요.해당 경찰관들은 제보나 첩보를 가지고 해당 노래방에 대한 단속을 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해당 경찰관들이 도우미를 불러달라고 요구해서 결국 도우미가 노래방에 입장하는 순간 현장에서 체포되어, 기소가 되었고 법원까지 갔는데 대법원까지 가서 공소기각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유흥주점의 사업주 업장에 손님으로 위장하여 단속 나온 남성 경찰관의 요구에 따라 접대부로 하여금 성매매를 하도록 주선한 사례들 중에 상당수는 또 유죄판결이 나온 경우도 많습니다.

    4. 비슷한 사안도 법원의 판단이 왔다갔다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결국 모든 재판은 증거 싸움인데, 함정수사가 위법한 것이었는지 적법한 것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 사실관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해서 검사 말이 맞는지, 피고인의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 참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재판을 계속 할 수 없으니 언젠가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결국 다 증명이 부족할 때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가, 이 문제가 바로 증명책임 문제입니다. 위법한 함정수사가 있었음을 피고인이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듯한 대법원 판결이 2010년에 한 번 있었고, 함정수사가 적법하다는 점을 검사가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1977년에 있었습니다. 피고인에게 위법한 함정수사가 있었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말은, 검사 피고인 둘 다 증명이 부족해서 애매하면 그냥 유죄판결을 하면 된다는 의미고, 검사에게 수사가 적법하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는 건, 처벌할 수가 없어서 공소기각 결정을 하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이게 왜 있겠습니까? 죄가 있는지는 검사가 증명해서 법관이 판단해야 하고, 그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거죠. 범죄자가 이뻐서 이런 원칙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요. 억울한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는 수사 과정에서 절차가 위법하지 않아야 한다는 대원칙이 일관되게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있는 거죠. 수사기관은 권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휘두를 권한이 있기 때문에, 적법하게 그 칼을 휘둘렀다는 건 수사기관이 입증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우리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좀 이런 견해를 밝혀줬으면 좋겠어요.


    5. 함정수사의 한계와 보완은 어디까지?

    어느 정도의 함정수사는 수사기법으로 인정해주고, 성매매와 마약범죄처럼 갈수록 온라인화되가는 범죄를 단속하기위해 어느 정도 열린잣대로 보장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학계에서 그런 지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성범죄나 성매매범죄가 계속 온라인화되어 가는데, 특히 채팅 어플리케이션이 지금 거의 범죄의 온상지처럼 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시면, 이미 범죄 사냥감을 찾으려고 그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한 인간들이 천지잖아요. 그런 곳에 예를 들어 “피씨방값 줄 사람?” 이런 방 만들자마자 남자들이 난입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범의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경찰이 여자 청소년인 척 하거나 그런 사람을 섭외해서 범죄 단속을 했다면, 유죄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합니다.

  • 본문내용

    안녕하십니까.

    '공소시효'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법률용어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제가 18년 전 법학을 시작했을 때 이 법의 존재 이유가 정말로 납득이 안 되었습니다. 범죄자에게 어떻게 시효를 정해 면책을 줄 수 있냐는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공소시효는 무엇이고, 왜 만들어졌으며, 보완할 방안은 없는지 알아봅니다.


    공소시효의 의의

    (1) 공소 : 우리가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을 할 때, 법원에 가서 '소 제기'를 한다고 하죠. 그러면 민사재판이 열립니다. 그런데 형사소송은 아무나 열리게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로지 검사만이 할 수 있죠. 어려운 말로 기소독점주의라고 합니다. 즉, 검사가 형사 사건에 대하여 소송을 법원에 신청하는 것을 '공소 제기'라고 합니다.

    (2) 시효 : 때 時(시), 효력 效(효)의 한자어인 시효는 특정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효과가 생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공소시효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시간적 한계입니다특정한 시간이 지나면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니 형사재판은 열릴 수가 없게 됩니다.

    공소시효 존재 의의

    그렇다면, 공소시효는 왜 만들어졌을까요? 공소시효의 존재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① 증거의 휘발성 : 시간이 많이 지나면 물적 증거든, 아니면 사람의 기억이나 진술이든 증거가 휘발되어, 어차피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수사를 개시할 실익이 없다.

    ② 국가 책임설 : 범죄를 적발하여 수사를 하고 재판에 넘겨 유죄판결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의무인데, 국가가 장기간 그러한 의무를 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페널티가 있어야 한다.

    ③ 사회 안정성 : 우리 헌법재판소가 명시적으로 취하고 있는 견해입니다.


    공소시효, 미적용 사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문민정부 당시 12. 12. 군사 반란 사건으로 처벌될 때 달력으로만 따지면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관련해서 판결하면서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공소시효 제도는 일정한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발생한 사실 상태를 존중하여 사회와 개인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형벌부과의 적정을 기하려는 데에 그 존재근거를 두고 있는 제도”라고 말하며 처벌을 했습니다.

    그러나, 증거의 휘발성이나 국가책임설은 저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됩니다. 저런 논거가 쓰였던 옛날과 지금은 너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과학수사가 발달한 지금 널리 활용되는 DNA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도 DNA로 찾았으니까요. 그런데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을 못한다는 논리로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과연 법리안에서 합리화가 될까요?

    국가책임설도 그렇습니다. 국가가 책임질 일이라면 왜 피해자들의 아픔은 생각을 못 할까요? 차라리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주는 논거로 쓰인다면 뭐 괜찮겠습니다.

    공소시효에 대한 오해 : 죄지어놓고 몇 년만 버티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공소시효 적용에 몇 가지 예외 사항이 있습니다.

    (1) 도피 목적으로 해외에 체류 시, 그 기간만큼은 공소시효 정지 ( 단, 국내 도피는 공소시효 효력이 발생)

    [관련 사건 : 대구지역에 유명한 사건이 있습니다. 1996년 대구 중구청 양궁선수 살인사건입니다. 내연관계였던 남녀, 남자가 여자의 남편을 죽이고 시신을 하수구에 불태웠던 사건이죠. 남녀들은 사건 직후 외국으로 도주했고, 도주해있는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15년이 지난 이후 당당하게 국내에 들어와 경찰에 직접 자수했다가 붙잡혀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5년의 해외 체류는 도피 목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이 기간만큼은 공소시효가 인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 2000년 8월 1일 이후 발생 살인사건부터는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관련사건 : 1999년 대구 효목동 골목에서 6살 남자 어린이가 신원미상의 범인에게 황산 테러를 당해 49일 만에 사망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살인죄에 대해 공소 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어린이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습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사건에만 적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3) 군사 반란 행위자가 권력을 장악한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 정지

    마지막 예외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의견인데요. 아까 언급한 전두환과 노태우 등에 대한 내란죄 처벌 법이 위헌인지를 판단하면서 하면서 내세웠던 의견으로, 공소시효라는 것은 공소를 제기할 국가기관이 제대로 돌아갈 때 적용되는 이야기이지, 군사 반란 행위자가 권력을 장악한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나면 무죄가 된다고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는 않고요. 형사재판이 열리지를 못하는 상황이 될 뿐입니다.

    공소시효, 보완 필요...

    저는 공소시효 폐지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수십 년이 지나면 용서가 되고, 그 범죄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안정감과 신뢰감이 있어 보호해야 되는 사례도 있겠지만, 피해자의 아픔이 절대 지워지지 않는 중대 범죄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살인죄의 경우는 공소시효 제도가 폐지되었잖아요? 그런데 한걸음 더 들어가 생각해 보면, 상해죄도 살인과 다름없는 죄일 수 있습니다. 혼내준답시고 방망이로 사람 몸통을 때렸는데 이 사람이 쓰러지면서 하필 뒤에 있던 돌에 목덜미를 강하게 박아 전신 마비가 되었다고 봅시다. 이건 살인이나 마찬가지인데 공소시효는 적용될 수 있잖아요.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살인죄 공소시효가 없지만, 다른 범죄는 공소시효를 인정합니다. 영국은 경범죄만 공소시효가 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법이 다르고 살인죄는 50개 주 전체가 공소시효를 배제하며, 미성년자 성범죄는 주마다 인정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종류의 성범죄인가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입니다. 저는 영국 모델이 제일 좋다고 봐요. 경범죄의 경계가 모호하겠지만, 재산범죄만 해도 5억 원을 사기 쳤다가 30년 만에 잡힌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무리 30년이 지나도 용서가 안 됩니다. 중국집 짜장면 값하곤 차원이 다른 이야기죠. 우리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댈 일입니다. 국가가 편하자고 개인이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죠.

  • 본문내용



    지난 11일,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 하던 중 건물 일부가 붕괴되며 6명의 건설인부가 실종되었고,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어 많은 분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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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 현장만이 아니라 조선업, 화학, 탄광 심지어 배송 현장까지 현장 노동자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건사고는 지금 이 시간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문제들은 반복해서 일어나고 시정되지 않는 것일까요?

    이 문제를 타결하고자 '중대재해처벌법'을 재정, 21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국회 법안 산정에서부터 시행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대재해처벌법'! 과연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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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 처벌법이란?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의 약칭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법입니다. 입법 목적은 사업장의 중대재해 예방, 시민과 업무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작년 1월 26일 제정되었고요, 22년 1월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수 50인 이상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시행되고, 5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 또는 사업장에는 2년 뒤부터 시행됩니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사업장의 안전조치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자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이나 기관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까지 부과하고요. 부상자 또는 질병자 발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 법인이나 기관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요, 피해자에게 최고 손해의 5배까지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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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누어집니다.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재해는 기본적으로 사업주와 근로자 등 종사자 사이에서의 문제로, 사업장에서의 사고로 인한 종사자의 인명피해를 말하죠. 그렇다면 ‘중대’는 무엇이냐,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중대시민재해란?

    시민재해는 피해자가 시민인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이 기업이나 법인 등이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 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일반 시민이 생명, 신체에 중대한 피해를 당한 경우, 또 특정 원료나 제조물의 결함, 예컨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경우도 포함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중대재해 처벌 법은 이러한 경우에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그들이 속한 기업이나 법인 자체에도 형사책임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대’는 앞서 말씀드린 중대산업재해와 비슷하게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2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나 3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중대재해 처벌법, 중과성에 관하여...

    이제 막 법이 시행되기에 처벌 수위를 예측하기 어렵긴 하지만 실제로 법이 적용될 경우 사망만 놓고 보아도 징역 1년 이상이니까, 우리 형법이 정하는 유기징역의 상한인 징역 30년까지 가능합니다. 워낙 법이 정하는 스펙트럼이 넓어서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처벌하는 법 규정이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습니다. 처벌 대상이 사업장의 관리책임자로 국한되어 있었지만요.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의 경우, 초범이고 유가족들에게 피해배상을 하고 원만한 합의를 함과 아울러 산재보험금 수령에도 협조한 경우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분이 많습니다만, 그렇지 못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최근 현대산업건설 붕괴사고와 같이 대단히 이례적인 대형사고가 아닌 한 통상 1, 2년 내외라고 보면 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처벌은 법의 형량, 법의 적용 대상이 이보다 높은 수준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법원이 실제로 적용한 판례 사안이 아직 없다 보니 당연히 추상적인 법 문구에 대한 해석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영책임자 등”이라는 표현이 애매하다 보니 누가 경영책임자 등인지가 모호할 경우가 있습니다. 유독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 현장에서, 건설 발주자나 감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적어도 건설 현장에서만큼은 특수한 법 조항이 있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부터 우리 산업 현장의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 놓았습니다. 다만, 지켜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처벌이라는 강권적인 법으로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 아닌 산업 전반에 안전을 중시하고,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길 바라봅니다.

  • 본문내용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나무들이 오색빛깔로 옷을 갈아입는 계절 '가을'이 되면 우리는 어쩐지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법무법인 맑은뜻 김무락 변호사가 추천하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은 어떤가요?

     

    지난 10월 27일 평화뉴스 '책 속의 길'이라는 코너에 김무락 변호사의 추천 책인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 관한 칼럼이 실렸습니다.

    지은이 김원영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하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연극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이자, '실격당한 자'인 그의 시각에서 풀어낸 변론을 통해 예의바른 무관심으로 덮여진 삶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입니다.


    '예의바른 무관심'으로 잘못된 삶을 톺아보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사람과 그 부모가 산부인과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아이는 자신이 장애를 갖고 출생한 게 손해이고, 부모는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낳지 않았을 것이라며 낙태결정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 소송을 제기한 주된 이유였다. 대법원은 아이의 주장에 대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그 가치의 무한함에 비추어 볼 때...장애를 갖고 출생한 것 자체를 인공임신중절로 출생하지 않은 것과 비교해서 법률적으로 손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다운증후군을 가진 것 만으로는 낙태할 수 없어 부모의 낙태결정권은 침해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런 유형의 소송을 법률가들은 '잘못된 삶 소송'이라고 불렀다.

    문명은 장애를 손해로 보지 않는다. 우리 대법원처럼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그 가치의 무한함 때문이든 아니면 그 무엇 때문이든 장애를 손해로 보는 건 어색하다. 그러나 엄청난 의료비 지출과 계속될 돌봄만으로도 장애는 법률적 손해 그 이상의 무게로 본인과 가족들을 짓누른다. 장애는 손해가 아니라는 말로 대충 넘길 문제가 아니다.

    김원영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고 한다. 그런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연극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원영의 이력만으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은 자신의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논증하거나 '잘못된 삶'을 이겨내 쓴 책으로 보일 법하다. 그러나 이 책은 김원영이 여전히 '잘못된 삶'을 살아가기에 '잘못된 삶'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나아가 '잘못된 삶'은 없다는 유리된 관념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방안에 관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김원영은 장애나 질병을 가졌거나 그 이외의 다른 '잘못된 삶'을 산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각자가 가진 생생한 고유성과 숨겨진 '아름다움'을 전개할 무대"에서 "모두가 훨씬 깊은 존중을 받으며 매력적인 관계로 진입"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김원영은 '잘못된 삶'을 개인의 윤리적 결단, 인간관계, 법과 제도의 각 측면에서 들여다보면서 '변론'한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

    레즈비언 청각장애인 커플이 자신들처럼 듣지 못하는 아이를 낳기 위해 청각장애인의 정자를 기증받아 청각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았다. 이들의 선택을 주변에서 만류했고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청각장애가 아이에게 물려주기에 ‘좋은’ 특성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김원영은 청각장애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보다 "복잡한 공간 패턴을 훨씬 더 풍부하게 이해하고 이를 의사소통에 활용하는 특수한 인지구조를 갖고 있어...같은 공간에서도 더 넓고 깊은 세계"를 살아 간다. 김원영은 수어와 시각에 의지하는 삶의 존재 방식이 언제나 ‘잘못된 삶’은 아니므로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를 선택한 커플이 아이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반문한다.

    젠체하는 법률가는 장애를 가졌든 안 가졌든 '모두가 어디서든 편안하게 오줌 눌' 권리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할 권리를 사회권의 일종으로 보고 공중화장실을 촘촘히 짓고 지하철과 버스 노선만 잘 갖춰 놓는 것만으로도 국가와 사회가 얼추 할 일을 다했기에 부족한 감이 있더라도 문제없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가장 숙달된 최고법원의 재판관들에겐 더 익숙하다. 그들에겐 장애인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못하거나 혼자서는 오줌을 누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어도 그것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적절한 고려를 요청하는 문제였고 다양한 국가 과제에 대하여 최우선적인 배려를 요청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김원영은 장애인의 오줌권과 이동권을 자유권으로 이해하길 권한다. 그렇다면 국가는 장애인의 오줌권과 이동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을 '디보티(devotee)'라고 하고 이들이 장애에 대해 보이는 태도와 욕망을 '디보티즘(devoteeism)'이라고 하는데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디보티즘을 병리적 수준의 페티시즘으로 이해한다고 한다. 그러나 김원영은 디보티즘을 질환으로 분류하기보다 "인간의 몸에서 아주 다양한 맥락과 의미,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가능하므로 디보티는 장애를 가진 사람의 신체를 통해 그 사람의 “복잡다단한 역사를 읽어내고 그 사람의 고유한 개별성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원영의 변론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변론은 판단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라 우리 사회가 너그럽게 수용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그러나 누군가는 지금도 잘못된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 것이기에 김원영의 변론은 깊은 울림을 준다. 김원영의 변론이 한낱 일방적 주장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 가치의 지위를 획득해 사람들이 ‘예의바른 무관심’으로 장애나 그 밖의 '잘못된 삶'들을 바라보는 세상으로 바뀌길 희망한다.

    '예의바른 무관심'으로 잘못된 삶을 톺아보다 - 평화뉴스 (pn.or.kr)


  • 본문내용

    세계적인 질병으로 자리잡힌 코로나19바이러스의 끝이 보이지 않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오늘은 코로나19로 인한 권고사직 및 해고에 대해 알아봅니다.



    Q_안녕하세요? 저는 근로자가 30명이 넘는 큰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지자 사장님으로부터 일을 그만 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에 저는 일을 그만둘 수 없어 거절하였고, 이에 곧 저를 해고할 것이라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러한 해고가 정당한 해고인가요?


    A_ 권고사직으로 인한 근로관계 종료는 합의에 의한 것이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상관이 없습니다.

    만약 권고사직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사업자가 해고한다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가능합니다.

    이 사건의 예처럼 사업자가 직접 해고하지는 않지만, 근로자에게 사직할 것을 권유하고 그것을 근로자가 받아들여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권고사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권고사직의 핵심은 근로자가 받아들여 합의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것인데, 사업자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오로지 근로자의 의사에 달려있습니다.

    만약 사업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한다면 아래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해고가 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된다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내려 근로자를 부당해고 이전으로 복직시킬 수 있습니다.


    아울러 본 사례는 아니지만, 부당한 해고와 관련하여서는 5인 미만 사업장(적용제외사업장)인지, 해고서면통지가 이루어졌는지, 해고예고수당(1개월치)은 수수되었는지 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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