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번방 사건 처벌은?
n번방 사건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18년 12월이었는데요. 대구에서 한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하고 그 영상까지 인터넷에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미성년자들을 지배,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이를 유포했던 거대한 집단범죄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성범죄사건 최초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엄하게 처벌한 결과 조주빈이 징역 42년, 문형욱이 징역 34년 등 관련자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는데요. 현재도 미성년자 성폭행, 강제추행 등 여죄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디지털 성범죄 제도 변화는?
사건 이후 이른바 ‘n번방 방지법’으로 분류되는 법들이 2020년 집중적으로 통과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개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집단 성범죄와 13세 미만자에 대한 성범죄의 법정형을 상향했고, 고의로 불법 성적 촬영물 등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등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 또는 강요한 자는 각각 1년 이상,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처벌뿐 아니라 개정 전기사업통신사업법은 카카오톡과 같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성적 촬영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방지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는한편, 경찰은 단순 시청자들의 신상도 공개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 최근 디지털 성범죄 추세는?
2020년 처벌법들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 받은 가해자는 총 1675명이었는데, 연도별로는 2018년 118명, 2019년 182명, 2020년 440명, 2021년에는 6월까지만 해도 무려 720명이 같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또 경찰청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건수가 2020년 2,047건에서 2021년 7월 기준 5,937건으로 오히려 몇 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엘 사건인데요, 호주에 체류하던 ‘엘’로 알려진 27세 한국 남성이 2020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아동·청소년 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영상을 텔레그램에 유포했는데요. 작년 11월에 호주에서 검거되어 12월 말 구속 기소됐습니다. 공범도 26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난달에도 조주빈을 추종하는 텔레그램 방에 가입되어 있던 20대 남성이 조주빈의 수법과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디지털 성범죄 판례 경향은?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기소율이 강간같은 사건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처벌은 어떨까요? 2021년 디지털 성범죄 사건 중 30%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N번방 사건의 일반인 가담자 70%도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는데요. 이 때문에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대구고등법원은,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인물을 토렌트를 이용해 내려받으면서 동시에 배포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공무원에게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해당 영상물을 내려받기 전에 청소년 성착취물로 인식하지 못한데다 영상 확인후 바로 삭제한 점 등을 볼 때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건데요. 피고인을 처벌하려면 ‘알고서’ 시청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인데, 법원의 입장은 시청만으로도 처벌이 되는 등 처벌의 범위가 대폭 넓어진 만큼 부당하게 처벌되는 사례들을 막기 위해 법 적용에 신중을 가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 디지털 성범죄 근절, 남은 과제는?
수사 당국은 디지털 성범죄 단속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나 프로그램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경찰이 적극 수사할 권한이 없고, 그 나라 기업들에게 수사 공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 n번방 사건 후 경찰이 해외 메신저 운영사업자들에게 자료를 요청한 건수는 2만6697건인데, 그 회신이 온 비율이 약 58%에 그쳐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국제공조 강화와 수사권한 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한편 경찰은 지난 2일 디지털 성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AI 경찰을 개발하여 이를 피해여성으로 위장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개발이 완료되어 시행되면 디지털 범죄 근절을 위한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